결혼하러 찾아가는 선량한 사람 말이오

(왜 이렇게 멀리까지 왔을까? 슈무엘 스메테나에게 얘기하려고? 이미 할머니가 된 빵집 마누라 집에 초대받기 위해서?) 한때 그는 바르샤바에 많은 여자 친구들이 있었건만 이젠 그녀들이 어디에 사는지 알 수가 없다. (그냥 로스코바로 가버리면 안 될까? 뭔가 가치 있는 일을 실제로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사람은 영원히 사는 게 아닌데.) 맥스의 머릿속에는 상념에 상념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잠시 동안 그는 만약 여기서 갑자기 죽어 버리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를 상상해 보려고 애썼다. 로셸은 그의 뼈가 어디에 누워 쉬고 있는지조차도 모를 것이다. 그의 어머니-고이 잘드소서-는 늘 말씀하셨다. (인생은 무덤 위에서의 춤이다.) 그는 무얼 해야만 하는 것일까? 기록관에게 유태 율법 한 두루마리를 준비시킬까? 종이꽃을 파는 건강 협회에 돈을 주어 버릴까? 감옥에 갈 뻔했던 저 선량한 사람, 랍비를 슈무엘 스메테나가 구해 준 것이 갑자기 생각났다. 어쩌면 그를 찾아가서 몇 루블이라도 쥐여 주어야 할 것만 같았다. 아직 늦은 시간이 아니니까 아무도 잠자리에 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맥스 바라밴더는 그의 충동이 광란의 편린임을 깨달았다. 갑자기 박애주의자가 되려는 젓일까? 그는-제발 그렇지 않기를 바라지만-아프진 않았다. 하지만 알 수 없는 어떤 힘이 그를 내몰고 있었다. 그는 모자를 쓴 늙은 여자를 불러 세웠다. "무얼 원하죠?" 그녀가 물었다. "랍비는 어디에 삽니까? 이름을 잊어버렸소. 사람들이 ." "부랍비 말씀하시는 거요? 70번지 2층에 살아요. 저기 불켜진 발코니 보이죠?" "대단히 고맙습니다. " "문 왼쪽으로 들어가세요." 맥스는 길을 건너서 작은 등유 램프가 희미하게 빛나고 있는 문으로 들어갔다. 그는 잠시 서서 마당을 들여다보았다. 창문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을 받아 쓰레기통과 휑한 벽과 별채가 희미하게 보였다. 늦은 시간인데도 사람들은 아직도 일하고 있었다. 재봉틀 돌아가는 소리, 제화공의 망치 소리와 쩔그렁거리고 붕붕대는 소리를 들으니 맥스는 마치 공장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곳에 지하 아파트가 있다는 사실을 그는 잊고 있었다. 아파트 왼쪽으로 눈을 돌리니 희미한 천장과 땅에 닿아 있는 작은 창문이 보였다. 줄에는 빨래가 널려 있었다. 한 가정주부가 폭이 넓은 긴 의자 위에서 침대를 정돈하고 있었다. 부엌에서는 소녀가 냄비에다 감자를 삶고 있었다. 맥스는 몇 루블이라도 줄까, 생각했지만 그러려면 그 어두운 계단을 기다시피 해서 내려가야 할 터였다. 랍비의 집으로 올라가는 계단 역시 불이 켜져 있지 않았다. "아, 여긴 마치 백 년 전 같군." 계단을 걸어 올라가며 그는 중얼거렸다. 그가 어느쪽 문을 두드려야 할지 몰라 망설이고 있는데 그중 한쪽 문이 저절로 열리면서 분홍빛으로 칠한 부엌의 벽이 보였다 벽돌 오븐 위에는 냄비들이 놓여 있고 천장에는 등유 램프가 대롱대롱 매달려 양철색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다. 한 여인이 테이블에 앉아 무언가를 쓰고 있었다. "그 선량한 분은 어디에서 살지요?? 맥스가 물었다. "내 말은..." 그 여인은 가발을 쓴 머리를 들었다. 좁은 얼굴에 볼이 움푹 패고 코가 자그마한 여인이었다. 그녀의 회색 눈동자는 의심의 빛을 가득 싣고 있었다. 약간 두려워하는 듯하면서도 다소 과장된 미소를 띄웠다. "부랍비를 보려고 하시나요?" "예, 부랍비요." "제 남편이 부랍비예요. 지금은 집에 없어요. 뭐 물어 볼 게 있으세요?" "음, 아니, 물어 볼 게 있는 건 아니오." "남편은 아래층 기도실에 있어요. 노이슈타터 기도실이라고 하지요." "그럼 당신은 랍비 부인이시군요." "예, 그래요." "들어오시고 문을 닫으시죠, 원하신다면." 침대에 앉아 있던 소녀가 말했다. 소녀의 목소리에는 어쩐지 짜증과 조롱기가 실려 있는 듯했다. 맥스가 보기에 소녀는 열여덟이나 아흡 정도 되는 것 같았다. 그녀는 깃이 높고 소매가 길다란 옥양목 옷을 입고 있었으며 검은 머리는 한 가닥으로 단정하게 묶었다. 그늘에 있는데도 소녀의 얼굴은 밝게 빛나 보였다. 소녀에게는 맥스를 놀라게 하는 그 무엇인가가 있었다. 소녀는 시골뜨기 같으면서도 국제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파리와 베를린에서 보았던 귀부인들 같았다. 소녀는 빼어난 미인이었다. 아마 어깨 위에 숄을 두르고 상자에 앉아 있는 다른 소녀-그녀의 언니?-의 넓적한 코와 남자 같은 짙은 눈썹 때문에 그녀의 아름다움이 더 도드라져 보였을지도 모른다. 맥스는 문을 닫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잠시 서 있었다. 늘상 하던 대로 그는 혀가 알아서 모든 말을 다 하도록 내버려두었다. "나는 먼 곳에서 왔습니다 우연히 17번지 술집에 들렀다가 슈무엘 스메테나라는 사람이 당신 남편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당신은 분명 그 사람의 딸인 것 같군요."